새벽 두통으로 잠에서 깬다면, 오래된 편두통이라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목차
새벽에 머리가 아파 잠에서 깨는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원래 편두통이 있으니까”라고 넘기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편두통도 밤이나 새벽에 발생해 잠을 깨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면 중에만 반복되는 두통, 수면무호흡과 관련된 아침 두통, 특정 시간대에 반복되는 다른 두통 유형, 급성기 두통약의 사용이 늘면서 달라진 두통 등도 함께 구분해야 합니다. 실제로 편두통과 수면 문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평소와 발생 시간이 달라졌거나, 두통 때문에 자주 잠에서 깨기 시작했다면 ‘새벽에 아프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진료 정보가 됩니다.
새벽 두통은 편두통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편두통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낮에만 두통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수면이 불규칙하거나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편두통 발작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반대로 편두통 때문에 잠에서 깨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American Migraine Foundation도 수면장애가 편두통 환자에게 흔하며 수면과 편두통이 양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새벽 두통 자체를 하나의 질환명처럼 보는 것이 아니라, 언제 시작되고 무엇 때문에 깨며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자다가 깨는 두통과 아침에 일어나서 아픈 두통은 구분해서 봅니다
두 경우는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진료할 때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들어 있던 중 통증 때문에 눈을 뜬 경우라면 편두통을 포함해 수면 중 발생하는 여러 두통 유형을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잠에서 깬 뒤 머리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는 아침 두통이라면 수면의 질이나 수면 중 호흡 문제 등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에서는 심한 코골이, 수면 중 호흡중단, 숨이 막혀 깨는 증상, 낮 시간 졸림과 함께 아침 두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드물지만 수면 중에만 시작해 잠을 깨우는 수면두통(hypnic headache)이라는 별도의 두통 유형도 있습니다. ICHD-3에서는 이를 수면 중 발생해 잠을 깨우는 반복성 두통으로 정의하며, 평가할 때 수면무호흡·야간 고혈압·저혈당·약물과용 및 두개내 질환 등을 배제하도록 설명합니다.
즉,
“새벽에 아프다 = 편두통이 심해졌다”
라고 바로 결론내리기보다는 두통 패턴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오래된 편두통이어도 패턴이 달라졌다면 다시 봐야 합니다
오랫동안 편두통을 앓아온 분들은 새로운 두통이 생겨도 기존 편두통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음처럼 달라졌다면 진료할 때 꼭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전에는 낮에 주로 아팠는데 최근에는 두통 때문에 잠에서 깨기 시작했다.
두통이 발생하는 횟수나 강도가 이전보다 증가했다.
급성기 두통약을 사용하는 날이 많아졌다.
약을 먹어도 효과가 짧아졌거나 다시 통증이 올라온다.
이전에는 없던 수면 문제나 다른 동반 증상이 생겼다.
실제로 편두통 병력이 있는 사람도 기존 패턴이 달라지거나 두통이 갑자기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면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30년 가까이 편두통을 겪던 50대 환자도 새벽 두통이 심해졌습니다
이번 사례의 환자분은 거의 30년 동안 편두통을 겪어온 50대 남성이었습니다.
과거 MRI와 MRA 검사를 받았지만 뚜렷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고, 오랜 기간 예방약과 급성기 약물을 사용하며 두통을 관리해왔다고 했습니다.
초기에는 약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조절되는 느낌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마트립탄과 이후 조믹정 등 트립탄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날이 점차 늘었습니다.
아조비 주사도 세 차례 맞아보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고, 최근에는 편두통 발작 때문에 새벽에 잠에서 깨는 날이 많아진 것이 가장 큰 불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내원했을 때 두통 강도는 환자 표현 기준 NRS 10에 가까웠고, 심할 때는 눈까지 통증이 이어지면서 머리가 터질 듯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이 환자에서는 두통 시간과 약 복용일수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당시 환자분은 한 달에 트립탄 계열 약물을 약 10~12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트립탄을 한 달 10일 이상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약물과용두통이라고 바로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ICHD-3의 트립탄 과용두통 기준에는 기존 두통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두통이 월 15일 이상 발생하면서, 트립탄을 월 10일 이상 3개월 넘게 사용하는 등의 조건이 함께 포함됩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약을 몇 번 먹었는지뿐 아니라 한 달 두통일수와 사용 기간을 같이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도 약 복용 횟수가 늘어나는 흐름 자체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보았습니다.
상부경추 소견도 확인했지만 이것만으로 원인을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이학적 검사에서는 상부경추가 왼쪽으로 치우친 소견과 주변 조직의 긴장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추 소견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새벽 두통이나 편두통의 원인이 목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새벽에 발생하는 두통을 평가할 때는 기존 편두통의 양상, 발생 시간, 수면 상태, 약물 사용, 신경학적 증상 등을 먼저 함께 살피고, 목의 움직임이나 경추 주변의 불편이 두통과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도 추가적으로 확인합니다.
이 환자에게서도 경추 소견은 여러 평가 요소 가운데 하나로 보았습니다.
치료 후에는 강도·빈도·지속시간과 수면 변화를 따로 확인했습니다
치료를 진행하면서 단순히 “좋아졌는가”만 묻지 않고 두통의 강도와 빈도, 지속시간, 약 복용과 수면 중 각성 여부를 각각 확인했습니다.
환자분의 보고에 따르면 치료 2주 무렵에는 편두통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줄었고, 통증 강도는 NRS 3~4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두통이 이어지는 시간도 약 1~2시간 정도로 짧아졌다고 했습니다.
6주 무렵에는 약물 복용 없이 생활하는 기간이 늘었고, 약 3주 가까이 편두통 발작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이전에는 새벽마다 두통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것이 가장 힘들었지만, 이후에는 두통 때문에 잠에서 깨는 일이 사라진 점을 가장 큰 변화로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한 환자의 치료 경과이며, 같은 증상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런 새벽 두통은 바로 의료평가가 필요합니다
새벽에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두통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음처럼 평소와 확연히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새벽 두통 여부와 관계없이 빠른 의료평가가 필요합니다.
갑자기 시작된 매우 심한 두통, 의식 혼란이나 경련, 새롭게 생긴 팔·다리의 힘 빠짐이나 감각 이상, 말하기 어려움, 시야 이상, 발열과 목 경직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존 두통이 있더라도 갑자기 양상이 달라진 경우 역시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새벽 두통이 반복된다면 이것부터 기록해보세요
진료 전에 다음 내용을 며칠이라도 기록해두면 두통의 패턴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몇 시에 두통이 시작됐는지, 실제로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깬 것인지,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아팠는지, 구역·구토나 빛·소리 민감성이 있었는지, 코골이·숨 막힘·낮 시간 졸림 같은 수면 증상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날 어떤 두통약을 복용했는지를 기록해보세요.
특히 약은 복용한 ‘알 개수’보다 한 달 중 며칠 사용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벽 두통에서는 ‘언제 아픈가’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오래된 편두통이 있다고 해서 새벽에 새롭게 반복되는 두통을 모두 기존 편두통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편두통 자체가 수면 중 발생할 수도 있지만, 두통 때문에 잠에서 깨는지, 아침에 일어난 뒤 아픈지, 수면 증상이 함께 있는지, 약물 사용이 늘었는지, 기존 두통 패턴이 달라졌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새벽이라는 시간 하나로 원인을 정하는 것도, 반대로 오랜 편두통이라는 이유로 변화를 무시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